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탐사선이 채취한 소행성 토양이 캡슐에 담겨 유타주 사막에 낙하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개발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의 소행성 토양을 지구로 갖고 오자 과학계는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나사의 무인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OSIRIS-REx)가 방출한 캡슐은 24일 오전 8시52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서쪽 사막에 위치한 미군 훈련장에 낙하산을 타고 안전하게 착지했다.
지구를 출발해 복귀하기까지 7년간 총 62억㎞을 비행한 대장정을 일단락하는 순간은 나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지구에 소행성 토양 샘플이 온 건 2010년과 2020년 일본 우주국이 탐사선 하야부사1·2로 수행한 두차례의 임무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오시리스-렉스가 베누에서 채취한 양은 250g으로 이들 중 가장 많다. 당시 하야부사1이 소행성 이토카와에서 가져온 표본은 미립자 수준이었으며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한 양은 5g 정도에 불과했다. 에이미 사이먼 나사 연구원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훨씬 많은 양의 샘플을 확보한 만큼 더 많은 테스트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토양 표본이 담긴 캡슐은 끝까지 밀봉 상태를 유지해 유타 사막에 오염되지 않은 것으로 나사의 초기 평가 결과 확인됐다. 캡슐은 앞으로 미국 휴스턴에 있는 나사 존슨 우주센터로 이송돼 소형 표본으로 소분된 뒤 전세계 60여개 연구소와 200여명의 과학자들에게 발송된다.
이날 캡슐을 지구에 떨군 오시리스-렉스는 또 다른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를 탐사하기 위해 지구 궤도를 벗어날 예정이다. 과학계는 45억년 전 만들어진 뒤 화학적 조성이 거의 변하지 않은 베누를 토대로 태양계 형성 원리를 밝혀낼 계획이다.
지름의 길이가 500m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맞먹는 베누에는 지구 생명체 구성에 필요한 탄소가 풍부하고 광물질 내에는 수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 초기에 발생한 소행성 충돌로 생명체의 기원이 되는 유기물질이 유입됐다는 게 현재 과학계의 유력한 가설 중 하나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AFP에 소행성 먼지가 "과학자들에게 태양계 시작을 엿볼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