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임신 중 숨지거나 출산 직후 사망한 여성의 수가 급증하면서 모성사망률이 5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는 지난 2021년 한 해 미국에서 모두 1천205명의 임산부가 목숨을 잃었다며 이같이 밝혔다.직전 연도인 2020년 사망한 임산부 861명보다 40%나 증가한 수치로, 2019년에는 모두 754명이 숨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모성사망률은 지난 2019년 10만 명당 20명에서 2020년 24명을 거쳐 2021년에는 33명으로 치솟았다.인종별로는 흑인 임산부의 사망률이 유독 높게 나타났다.
흑인 임산부 사망률은 2021년 10만 명당 69.9명으로 백인의 2.6배에 이르렀다.미국의 흑인 인구 비율은 약 14%인데 전체 임산부 사망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이보다 훨씬 크다고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적했다.
주된 사인으로는 폐색전증 등 심혈관계 문제와 과다출혈, 고혈압 합병증 등이 꼽혔지만 2021년 당시 코로나19가 대유행이었던 게 임산부 사망 급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 산하 회계감사국은 다른 보고서에서 2021년 발생한 모성사망 사례 중 최소 400건에서 코로나19가 주요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2021년 8월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임신했거나 수유 중인 여성에게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하기 전까지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확신이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임산부는 면역력이 떨어지고 호흡에 어려움을 겪기 쉬워 코로나19에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임산부 대부분이 백신 미접종자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미국은 선진국 중 최악의 모성사망률을 기록했다.10만 명당 10명 미만이었던 미국 모성사망률은 2000년 전후부터 상승세를 보여 2019년부터는 인구 10만 명당 20명 선을 넘어섰다.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의 산모사망률은 2020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10명 안팎이다.전문가들은 미국 여성의 비만 증가와 심장 건강 악화도 일부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질병통제예방센터는 미국 성인 비만율이 42%에 이르며 거의 절반 가까이 고혈압을 지니고 있고, 당뇨병 유병률은 11%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