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직후인 1493년 스페인 국왕에게 보낸 역사적인 편지가 도난당한 지 60여 년 만에 제 자리를 찾았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18일 존 필립스 주 이탈리아 미국 대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60여 년 전 피렌체의 한 도서관에서 사라졌던 콜럼버스의 편지가 미국 정부의 반환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도난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2004년 미국 워싱턴의 국립의회도서관에 기증됐다. 피렌체 리카르디아나 도서관에 보관돼 있던 이 편지는 도난 당시 모조품으로 대체돼 박물관 측은 한 동안 도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편지가 로마 국립도서관에 대여됐던 1950∼1951년 사이에 위조품으로 바꿔치기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탐험 원정대를 후원한 스페인 국왕 페르디난드와 이사벨라 왕비에게 보낸 8쪽짜리 이 편지는 신대륙 사람들과 동식물 등 신세계에 대한 인상이 시시콜콜하게 담겨 있어 역사적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 편지의 실제 가치는 100만 유로(약 13억3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편지는 1990년 스위스의 한 희귀서적 수집가에게 팔린 뒤 1992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0만 유로(약 5억3천만원)에 낙찰됐고, 이후 다시 몇몇 사람을 거친 뒤 미국 의회박물관에 기증됐다.
필립스 미국 대사는 편지를 기증한 사람의 신원은 밝히지 않은 채 "편지가 최종적으로 미국 의회도서관에 가게 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2012년부터 미국 경찰과 함께 이 편지가 어떻게 도난됐고, 어떤 경로를 거쳐 미국의회도서관에 가게 됐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