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입법권을 내세워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견제하기 위한 공세적 입법에 나서자 바이든 대통령이 법률거부권으로 맞서겠다고 밝혀 양측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올해 출범한 118대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발의해 가결한 법안들이 부자만 돕고 물가를 올릴 것이라며 의회를 통과해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적한 법안은 공화당의 국세청(IRS) 예산 삭감 법안으로 지난 9일 공화당 전원 찬성, 민주당 전원 반대로 하원을 통과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IRS에 직원 8만7천명을 고용할 예산을 줘 납세자를 쥐어짜려고 한다며 예산 삭감을 중간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예산국(CBO)이 이 법안만으로 국가 채무가 1천14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면서 "이게 공화당의 첫 법안이다. 공화당은 인플레이션을 공약으로 선거했지만 당선되면 인플레이션을 더 키울 것이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도 비판했다. 지난 12일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전략비축유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현 법은 비축유를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에 판매하도록 하는데 이에 따라 작년 수백만 배럴이 중국 에너지업체의 미국법인에 판매됐다고 공화당은 비판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법안이 "기름값을 낮추고 소비자를 돕는 조치를 막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추진하는 전국 판매세도 비판했다. 공화당은 IRS를 폐기하고, 모든 소득세를 없앤 뒤 전국 단위 판매세로 대체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공화당은 매일 사용하는 제품 수천개에 세금을 매겨 중산층의 세금을 인상하고 싶어한다"며 "식료품, 기름, 의류 등 사실상 이 나라의 모든 것에서 판매세를 걷어 백만장자로부터 걷지 못한 세금을 대체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들 법안 중 하나라도 내 책상에 (법안 서명을 위해) 올라온다면 나는 비토(거부권 행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정치권에서는 이들 법안이 상원까지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